지분 35%에 연봉 2배, 이 부부는 거절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AI는 거의 전부 트랜스포머(Transformer)라는 한 가지 구조 위에 서 있습니다. GPT도, 클로드도, 제미나이도요.
그런데 8월 25일, 그 구조를 아예 안 쓰는 물리 AI 모델이 공개됐습니다. 만든 사람은 칼텍 교수와 AI 인프라 엔지니어, 부부 두 사람입니다.
더 흥미로운 건 이들이 그 전에 무엇을 거절했느냐입니다. 제프 베조스가 뒤를 받치는 회사가 지분 35%를 얹어 데려가려 했거든요.
먼저 결론부터
- 회사는 Accelerated Understanding. 트랜스포머 대신 뉴럴 오퍼레이터로 물리 현상을 예측합니다
- "한 프롬프트에 5조 개"라는 수치는 사실이지만, 언어 토큰과 단위가 달라서 500만 배로 곱해 읽으면 틀립니다
- 로보틱스는 회사가 직접 밝힌 타깃입니다. 다만 자리는 로봇의 두뇌가 아니라 그 앞단일 가능성이 큽니다
주인공은 아니마 아난드쿠마르 칼텍 컴퓨팅·수리과학 교수와 베네딕트 예니크입니다. 아난드쿠마르는 엔비디아에서 5년간 AI 리서치 디렉터를 지냈고, 그 전엔 아마존 과학자였어요.
2024년 말, 두 사람에게 제안이 왔습니다. 빅 바자이와 제프 베조스가 세운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였습니다.
조건은 이랬습니다. 둘이 합쳐 지분 35%, 연봉 100만 달러에 3개월 뒤 200만 달러로 인상, 시리즈B까지 20억 달러 이상 확약. 아난드쿠마르는 회사의 얼굴이자 이사회 멤버, 과학 비전 총괄 자리였고요.
거절했습니다. 그 프로메테우스는 올해 6월 120억 달러 시리즈B를 마감했죠.
GPT는 다음 단어를, 이 모델은 다음 순간을 맞힙니다
언어 모델이 하는 일은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지금까지의 토큰을 보고 다음 토큰을 고르는 것.
그런데 물리 세계는 문장처럼 생기지 않았습니다. 연속적인 값이 있고, 미분방정식이 있고, 지켜야 할 보존 법칙이 있죠. 이걸 토큰 줄로 납작하게 펴는 순간 잃는 게 생깁니다.
뉴럴 오퍼레이터는 접근이 다릅니다. 숫자를 넣어 숫자를 뽑는 게 아니라, 함수와 함수 사이의 관계를 배웁니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지금 이 방 전체의 온도 분포"를 통째로 넣으면 "1초 뒤 방 전체의 온도 분포"가 통째로 나오는 식이에요. 점 하나가 아니라 판 전체를 다룹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성질이 하나 생깁니다. 해상도 불변성이에요. 성긴 격자로 학습해도 촘촘한 격자에 그대로 써먹을 수 있습니다.
이건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동료평가를 통과한 결과입니다. 2021년 ICLR에 발표된 푸리에 뉴럴 오퍼레이터(FNO)는 난류 영역의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해상도 불변으로 학습한 첫 사례였고, 기존 수치 솔버보다 최대 1000배 빨랐다고 보고됐습니다.
이번 모델의 차별점은 차원입니다. 3차원 공간과 시간을 4D로 한꺼번에 다룬다고 밝혔어요. 영상처럼 2D 프레임으로 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기존 월드 모델들은 한 스텝씩 굴려서 다음 장면을 만드는데, 그러면 오차가 눈덩이처럼 쌓입니다. 4D로 통째 다루면 그 누적을 피한다는 게 이 회사의 주장이죠.
아난드쿠마르는 자신들의 방향을 "자연 중심(nature-centric)"이라고 부릅니다. 인간의 언어를 흉내 내는 대신 자연의 법칙을 배우겠다는 거예요.
5조 개라는 숫자, 그대로 곱하면 안 됩니다
헤드라인을 다 잡아먹은 문장이 있습니다. 테스트에서 한 프롬프트에 5조 개의 데이터를 처리했고, 이는 앤트로픽·구글 주력 모델의 약 500만 배라는 겁니다.
여기서 잠깐 멈춰야 합니다. 두 숫자의 단위가 서로 다르거든요.
언어 모델의 1토큰은 단어 조각 하나입니다. 물리 모델의 데이터 1개는 격자점 하나에 찍힌 값이고요. 세는 대상이 다릅니다.
숫자로 보면 감이 옵니다. 가로·세로·높이를 각각 1000칸으로 자르면 격자점이 10억 개죠. 여기에 시간 5000스텝을 곱하면 그대로 5조가 나옵니다.
즉 5조라는 수는 모델이 얼마나 똑똑한지가 아니라, 얼마나 큰 격자를 한 번에 얹을 수 있는지에 가깝습니다. 그것대로 대단한 엔지니어링이에요. 다만 클로드의 100만 토큰 옆에 세워두고 "500만 배 좋다"로 읽으면 틀립니다.
학습 규모 쪽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 어떤 매체는 "1조 파라미터"라 쓰고, 어떤 매체는 "학습 시 1조 토큰"이라 씁니다.
둘은 전혀 다른 얘기죠. 그리고 로이터 원문에는 둘 다 없습니다. 재가공 과정에서 뒤엉킨 것으로 보이니, 이 수치는 확정된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게 안전합니다.
로봇에 쓸 수 있을까 — 두뇌가 아니라 연습장 쪽입니다
회사가 밝힌 타깃은 네 개입니다. 칩 설계, 로보틱스, 극한 기상 예측, 에너지 기업의 지질 데이터 분석.
로보틱스가 목록에 있다는 건 확인된 사실입니다. 다만 어떻게 쓰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공개된 정보로 추정한 제 판단이니, 회사 발표와 구분해서 읽어주세요.
피지컬 AI를 층으로 나눠보면 자리가 보입니다. 로봇에는 정책(policy) 층과 시뮬레이터·월드 모델 층이 따로 있거든요.
엔비디아 스택에 대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저 컵 집어"를 알아듣고 실제로 팔을 움직이는 건 Isaac GR00T 같은 정책 모델이에요.
반면 그 정책을 훈련시킬 물리적으로 그럴듯한 장면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건 Cosmos나 Isaac Sim 쪽입니다. 이번 물리 모델이 앉을 자리는 후자에 훨씬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GR00T나 π 같은 로봇 두뇌와 경쟁하는 물건이 아니라, 그들에게 밥을 먹여주는 쪽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걸림돌이 두 개 보입니다. 짚고 가는 게 맞겠어요.
첫째, FNO 계열이 강한 영역은 연속체 방정식입니다. 유체, 열, 전자기 같은 것들이죠. 반면 로봇 조작의 핵심인 접촉과 강체 충돌은 뉴럴 오퍼레이터가 실적을 쌓아온 영역이 아닙니다.
둘째, 로봇 제어는 밀리초 단위로 답이 나와야 합니다. 5조 개짜리 프롬프트는 정반대를 가리키는 스펙이죠.
그래서 현실적인 쓰임새는 실시간 제어가 아니라 오프라인 데이터 생성 쪽입니다. 미리 방대한 물리 시나리오를 찍어두고, 로봇은 그걸로 배우는 구조요.
휴머노이드 업계의 최대 난제는 여전히 시뮬레이션과 현실의 격차(sim-to-real gap)입니다. 이 모델이 기여한다면 정확히 그 지점일 겁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빨리 열매가 나올 곳은 로봇이 아니라 칩 설계로 봅니다. 반도체의 열 거동과 소재 거동은 전형적인 연속체 문제고, 회사가 사례 목록에서 첫 번째로 든 것도 그쪽이거든요.
논문도, 데모도, 벤치마크도 아직 없습니다
여기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지금 확인 가능한 것과 아직 확인 불가능한 것이 꽤 선명하게 갈리거든요.
아직 없는 것부터 봅시다. 모델 이름조차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arXiv 논문도, 공개 벤치마크도, 재현 가능한 데모도, 제3자 평가도 없습니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 지금 인터넷에 도는 수십 개의 기사는 전부 로이터 단독 보도 한 건을 다시 쓴 것입니다.
여러 매체가 같은 말을 하고 있으니 교차검증된 것처럼 보이지만, 원출처는 하나죠. 미국 매체 테크타임스는 아예 제목에 "아직 벤치마크 증거는 없다"를 달았습니다.
반대로 확인되는 것도 분명합니다. 사람은 실재하고 이력도 탄탄해요. 엔비디아는 2021년 GTC에서 아난드쿠마르의 뉴럴 오퍼레이터 연구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기술 계보도 허구가 아닙니다. 뉴럴 오퍼레이터는 ICLR·JMLR을 거친 실재하는 연구 분야고,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도 나와 있습니다.
회사는 컴퓨팅 제공업체와 이미 손을 잡아 클러스터를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투자 유치 규모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어요.
저라면 지금 이 회사를 도입 검토 목록이 아니라 관찰 목록에 올리겠습니다. 판단 근거가 나올 자리는 보도자료가 아니라 논문이나 벤치마크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기존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대체하나요?
완전한 대체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뉴럴 오퍼레이터는 기본적으로 정통 수치 솔버의 결과를 학습한 대리 모델(surrogate)이거든요. 학습 데이터를 만들려면 결국 CFD나 유한요소 해석 같은 기존 솔버가 필요합니다. 현실적인 그림은 빠른 탐색은 AI가, 최종 검증은 솔버가 맡는 조합입니다.
개인이나 작은 팀도 지금 써볼 수 있나요?
이 회사 모델은 아직 안 됩니다. 엔터프라이즈 대상이고 API도 가격도 모델명도 공개되지 않았어요. 다만 기반 기술인 뉴럴 오퍼레이터 자체는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로 공개돼 있어서, 논문 수준의 실험은 지금도 직접 돌려볼 수 있습니다.
트랜스포머는 물리에 아예 못 쓰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단백질 구조 예측이나 기상 예측 분야에서 트랜스포머·그래프 신경망 계열이 이미 뚜렷한 성과를 냈어요. 이 회사의 주장도 "트랜스포머로는 불가능하다"보다는 "물리 데이터에는 더 맞는 구조가 따로 있다"에 가깝습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 지금 할 일이 있나요?
접점이 있다면 반도체 열 해석, 조선·중공업의 유동 해석, 배터리 열폭주 시뮬레이션 쪽입니다. 다만 제품이 공개되지 않은 단계라 지금 할 일은 도입 검토가 아니라 관찰입니다. 대신 뉴럴 오퍼레이터라는 기법 자체는 사내 해석 데이터로 지금 실험해볼 수 있습니다.
한 줄 정리
언어를 배우는 AI 대신 자연법칙을 배우는 AI가 등장했다는 방향은 진짜지만, 지금 공개된 건 숫자 몇 개와 보도 한 건뿐이라 판단은 논문이 나온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출처
- Reuters 단독 — The AI founders who walked away from Bezos-backed Prometheus (Jeffrey Dastin, 2026-08-25)
- OfficeChai — Accelerated Understanding Comes Out Of Stealth
- TechTimes — Physics AI That Skips Transformers: No Benchmark Proof Yet
- ICLR 2021 — Fourier Neural Operator for Parametric PDEs
- JMLR — Neural Operator: Learning Maps Between Function Spaces
- NVIDIA Newsroom — Physical AI: Cosmos, Isaac Sim, Isaac GR00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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